아기의 놀이는 소근육 발달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책의 그림 속 물체나 캐릭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주는 '포인팅'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것이 집중과 배움에 효과적이다.
4. 놀이&책 육아
아기의 놀이는 소근육 발달을 도울 수 있어야 해요.
영유아의 운동 발달이 뇌의 인지능력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가 많이 나와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소근육 발달과 인지능력 발달 사이의 관계가 잘 입증되어 있어요.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연구진의 한 논문에서는 뇌 영상 촬영을 통해 소근육 발달과 인지능력 발달 간에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어요.
장난감 회사에서 소근육 발달을 앞세우고, 우리가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이 열풍이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로 피아노와 같은 악기 연주는 실제로 인지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두면 장난감을 고를 때 ‘우리 아기가 손을 얼마나 움직이게 될까?’ 하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선택할 수 있겠지요? 사실 돌 전에는 별다른 장난감이 없어도 일상 속의 물건 그리고 자연물로도 얼마든지 아기의 탐색 스킬 연습을 도와줄 수 있어요.
몬테소리 기관에서 활용하는 교구나 활동 재료는 대체로 닫힌 장난감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요.
아기들은 닫힌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기쁨을 배우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그냥 넣고 끼우기만 하는 장난감들이 별로 재미없어 보이지만 소근육이 미숙하고 그 장난감을 다루는 스킬을 마스터하지 않은 아기들에게 장난감 하나하나는 정복해야 할 대상이에요.
열린 장난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갖고 놀 수 있기 때문에 닫힌 장난감보다 더 오랫동안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닫힌 장난감은 조금 더 제한된 기간 안에 많이 가지고 놀고 마스터해버리는 종류의 장난감이지요.
그래서 저는 열린 장난감이 조금 더 금전적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 2세 이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기의 표현 언어가 세련되어지면서 많은 아기가 상상 놀이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상상 놀이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아기들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아기들은 상상 놀이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스킬을 닦아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상상 놀이는 다양한 표현 언어를 연습하기 좋습니다. 또 어떤 역할을 하면서 그 사람이 그 상황에서 느낄 감정에 대해 이해하기도 하고, 내가 이 역할이라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적절한지 생각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기도 하고, 가상의 문제를 해결하며 문제 해결력을 기르기도 합니다.
유명한 아동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에 따르면 상상 놀이는 만 2세 전후 유아기에 나타나기 시작해 만 7~8세 정도에 가장 활동적이라고 해요. 그 이후 서서히 상상 놀이의 비중은 줄어들고 규칙이 있는 게임을 즐기는 비중이 늘어나고요. 아기가 이제 막 두 돌 정도 되었다면 상상 놀이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여기서 어떤 책을 ‘읽어줄까’가 아니라 어떤 책들을 ‘구비할까’라고 적은 이유는 어떤 책을 집에 둘지에 대한 환경 구성은 부모가 하지만 어떤 책을 읽을지는 전적으로 아기가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아직 어리다면 그림이 단순하고 적은 게 좋아요.
그림이 여러 개라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헷갈리지 않게 그림 속 물체나 캐릭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주는 ‘포인팅’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것이 전반적으로 집중과 배움에 좋습니다. 특히 돌 이전 아기들의 경우 언어 발달 단계상 가장 먼저 이해하게 되는 명사에 포커스를 맞춘 그림이나 내용이면 더 좋아요. 아기들의 첫 발화를 포함한 초기 언어 발달은 명사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에 조작하는 기능이 있으면 아기들은 그 책을 어떤 대상을 상징하는 매체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자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마치 장난감처럼 인식하게 될 수 있어요.
효과적인 책읽기는 아이의 연령에 따라, 그리고 그 책의 반복 횟수에 따라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 포인팅과 라벨링하기
2단계, 텍스트 읽어주기
3단계, 대화하며 읽기
아이가 어리고 그 책을 충분히 반복하지 않았을 때는 주로 1단계로 읽어주다가, 개월 수가 늘고 책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차적으로 2단계, 그리고 3단계로 넘어가면 돼요.
참고로 영상 규칙에는 ‘무언가를 먹을 때’는 배제시키는 게 좋습니다.
사람이 무언가 먹으면서 영상 시청을 하면 배부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더 많이 먹게 되고 이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소아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동전문기관 제로투스리에서는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함께 보기(Co-view)’가 영상 시청의 단점을 줄일 수 있고 심지어 장점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었어요.
아기들은 처음 영상을 접하면 밝은 색감이나 빠른 화면의 전환, 음향효과, 노래와 같은 자극에 먼저 집중하게 됩니다.
내용에 집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즉각적인 학습 효과가 거의 없어요.
그러나 반복적으로 같은 영상을 보면 처음 자극에는 점차 익숙해지고 영상의 구조나 흐름을 대충 예측하게 되지요.
그러고 나면 영상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개념이나 언어적인 인풋에 주의를 돌리고 결국에는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유명한 고전적인 아동용 교육TV 프로그램인 <블루스 클루스(Blue’s Clues)>는 30분 동안 평균 세 번의 컷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반면 최근 나오는 유아용 영상을 보면 1분에 수차례 이상의 컷을 사용해 장면 전환이 지나치게 잦은 것을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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