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책 요약] 부모가 필요한 순간 반응하고 자율성을 지지하라, 베싸육아(1편)

책길사 2024. 5. 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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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싸육아

만 3세 이전에 부모가 필요한 순간 적절하게 반응해 주는 것이 다른 시기보다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제한된 자유안에서는 아이의 자율성을 지지해주어야 한다.
6개월부터 아기용 그림책을 읽어주어 풍부한 언어 환경도 제공해 주어라!

박정은(베싸)

- 서울대 외교학과

- 대기업 육아휴직 중 베싸TV 운영

 

1. 올바른 육아 방향(육아 대원칙 6가지)

원칙1. 만 3세 이전 환경의 중요성

대체로 생애 초기 3년은 좁게 잡으면 2년, 넓게 잡으면 4~5년까지로 아기의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연구와 정책 반영 등을 위해 필요한 기준점으로 정해둔 경우가 많아요.


생후 3년이 중요한 시기라는 말은 그 이후의 시간에 비해 자녀의 삶에 부모의 영향력이 훨씬 크게 발휘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많은 학자들이 아기가 어릴 때 가정 내에서 부모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인생에서 획득할 수 있는 핵심 스킬(Core Skill)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집중하고 끈기 있게 매달리는 능력(실행 기능), 공감 능력, 언어적인 감각, 내적 동기와 성취욕,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는 능력 등이요.

 

원칙2. 반응과 상호작용

아동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부모의 육아 방식을 종합 분석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육아 태도를 발표했어요.

  1. 적절한 반응 주고받기: 아기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따라오는, 아기가 집중하는 대상과 관련 있는 어른의 행동(ex. 아기가 웃으면 부모도 웃기)
  2. 따뜻함과 섬세함 보여주기
  3. 일상 루틴 및 집 안 환경이 너무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4. 그림책 읽어주기와 말 건네주기
  5. 아기의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일 수행하기: 신생아 케어, 모유 수유, 백신, 적절한 영양 공급, 신체활동 등
  6. 적절한 수준의 덜 엄격한 훈육

이 자료에서도 반응과 상호작용이 첫 번째인 걸 볼 수 있어요.


애착은 특정 상황에서의 반응과 상호작용의 결과물입니다. 애착은 아기가 양육자에게 가지는 깊은 신뢰이며, 부모가 아기의 신호에 섬세하게 반응해 주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나 아기가 힘들어하고 부모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부모가 잘 반응하는 것이 애착 형성에 중요해요. 애착은 생존이나 안전과 관련된 영역이기 때문이지요.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특정 시기에 꼭 이루어야 할 발달 과업이 있는데, 그중 0~1세(정확히는 18개월)까지의 과업은 ‘신뢰’의 획득이라고 합니다. 이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면 불신감이 생기고요.


결국 아기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얼마나 섬세하고 적절하게 반응해 주었느냐가 애착 형성의 열쇠라는 것을 깊게 이해하고 일상에서 적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원칙3. 영아기 자율성 지지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열심히 탐색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뭐든 만져보고 조작해 보고 입에 넣어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꿈틀거리는 시기이지요.

아기의 관점에서 본능적인 배움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허용해 주는 것이 자율성을 지지하는 태도예요. 반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얌전하고 어지르지 않게 아기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통제하는 태도지요.

통제하는 육아는 장기적으로 아기의 인지 발달과 정서 발달에 좋지 않다고 많은 연구 결과에서 보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기의 욕구를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건 뒤의 ‘구조 만들기’에서 더 자세히 알아볼 거예요)


아기가 아주 어릴 때는 대체로 어떤 부모든 아기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긍정적인 존재일 거예요.

하지만 아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색하면서 아기를 저지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져요.

입에 넣지 못하게 해야 하고, 카시트에서 꼼짝 못 하게 해야 하고, 깨지거나 위험한 물건, 더러운 것은 만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 와중에도 자율성을 지지하는 부모들은 지나치게 통제하지 않으려고 하고, 가급적 아기의 욕구를 해소해주려고 하고, 애초에 아기를 저지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부모의 아기들은 부모에 대한 표상을 이렇게 만들어나갑니다. “엄마는 내가 원하는 건 대체로 들어주려고 해. 우리의 목표는 같아. 우리는 한 목표를 가진 파트너야.” 그래서 협조적이고 긍정적인 관계가 만들어져요. 장기적으로는 이런 부모일수록 아기에게 훈육을 하거나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순간에는 아기도 잘 순응합니다.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안 된다고 하는 걸 보니 정말 그런가 봐”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원칙4. 유아기 자율성 지지

통제의 여부는 강압적이고 무섭게 대하느냐, 부드럽게 대하느냐의 차이가 아닙니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아기에게 진정한 자율을 주기보다 아기의 의지를 꺾고 부모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보상을 한다거나(이 옷 입으면 사탕 줄게), 위협을 하는(그럼 엄마 간다, 너 혼자 집에 있어) 경우 여전히 통제적인 육아의 범위에 들어가요.


아기는 매일 부모와 상호작용하고 배우며 뇌가 발달해요.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분으로 살아가느냐, 부모의 통제에 부당함을 느끼거나 저항하면서 부정적인 기분으로 살아가느냐의 차이는 삶의 많은 부분에 큰 영향을 끼칠 거예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육아 스트레스가 큰 부모는 아기를 더 통제하거나 아기를 방임하는 극단적 육아 방식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좋은 육아, 자율성을 주는 육아를 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애초에 자율성 지지라는 쉬운 길을 택한 부모와 통제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부모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게 됩니다.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쌤앤파커스)의 저자인 뇌과학자인 윌리엄 스틱스러드(William Stixrud)는 어린 시기부터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상한 옷이라도 아이가 직접 골라서 입을 때 아이의 전두엽 피질이 한층 활성화된다는 내용을 읽고 나면 당장 내일이라도 아이에게 어떻게 선택권을 주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될 거예요.


감정 코칭의 기본은 아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때 부모가 어떤 기준이나 규범을 가지고 그것을 통제하지 않고 허용해 주고 자율성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어떤 이유로 속상해서 울 때 “아끼던 인형에 흙이 묻어 속상했구나” 하고 인정해 주고, 울 수 있도록 허용해 줍니다. ‘속상해도 돼, 울어도 돼’라는 자세이지요.

반면 아기가 느끼는 감정이나 표현을 통제하는 부모는 아기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기보다 무시하거나 거부하거나 축소합니다. “그게 울 일이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신다.” “아이스크림 사줄게. 뚝 그쳐.” “다 큰 언니가 그런 걸로 울면 부끄러운데.” “엄마는 우는 아기 싫어해.”


아기의 협조를 얻어내거나 아기의 감정에 대응하는 상황 말고, 아기와의 일상에서 스스로 뭔가 해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 또한 아기의 자율성을 지지해 주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영유아기에 성공 경험을 만들어주는 건 쉽지요. 벤치에 기어 올라가려는 아기에게, 퍼즐을 잘 못 맞추는 아기에게, 바지를 입는데 계속해서 한쪽에 다리를 모두 넣는 아기에게, 자동적으로 손이 나가기 전에 ‘믿고 기다려주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거예요.


원칙5. 구조 만들기

앞에서 강조한 아기의 자율성에도 적당한 한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신과 의사이자 교육자인 마리아 몬테소리(Maria Montessori)는 아기에게 이상적인 환경, 즉 자율성과 구조 모두가 존재하는 환경의 핵심을 두 단어로 간단하게 표현했습니다. ‘제한된 자유(Freedom within Limits)’.


아기가 집에서 뛰어다닐 때 “뛰지 마”라고만 하면 어떨까요?

바깥에서는 뛰어다녀도 혼난 적이 없는데, 뛰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닐 테고 왜 안 된다고 하는 거지?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집에서 뛰면 안 돼”라고 바닥을 가리키며 말해주고, 매트나 트램폴린처럼 대신 뛰어도 되는 곳을 알려주면 좀 더 명확하겠지요.


아기가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일 때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훈육할 때 화를 내면 안 되는 이유도 이해가 될 거예요. 부모가 분노를 표현할수록 아기는 흥분하게 될 테니까요. 혼내는 것보다 아기가 메시지를 수용하도록 차근차근 가르치는 게 중요해요. 이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적을 위해 단호한 표정과 말투가 필요하지만, 강압적인 태도는 오히려 부당함이나 분노 등 감정적 흥분을 유발시킬 수 있고 메시지의 수용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명령은 당장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행동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해요.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하는 어투를 유지하며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훈육할 때 부모의 메시지가 아이의 내면에 자리 잡게 돼요.


아기들은 끊임없이 그 선을 넘나들며 자신의 진정한 한계는 어디인지를 시험해 봅니다. 이걸 한계 테스트(Limit Testing)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 한계 테스트가 반복되고 부모의 일관적인 피드백(“안 돼!”)을 받다 보면 분필로 그린 것 같았던 희미한 한계선 위에 또 다른 선들이 계속 중첩되고, 그러다 보면 선은 어느새 뚜렷한 선으로 발전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아기는 손을 뻗다가도 멈칫하는 자제력을 보여 부모를 감동시키지요.


원칙6. 풍부한 언어 환경 조성하기

앞서 소개했던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에서 만든 ‘과학적으로 입증된 좋은 육아 태도’에 포함되는 것 중 하나도 바로 ‘그림책 읽어주기와 말 건네주기’입니다.


아기용 그림책을 보여줄 때는 말소리가 상징하는 이미지가 눈앞에 있고, 부모와 함께 그림을 보거나 특정 그림에 손가락질하는 식으로 어디에 집중하라는 사회적 신호도 풍부하게 전달됩니다. 힌트가 더 풍부하기 때문에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되지요.


누군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싶고, 말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소통에 대한 욕구가 있어야 언어는 발달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기의 옹알이를 따라 해주거나 화답해주는 것과 같이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것, 아직 말을 잘 못할 때부터 제스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모든 소통과 상호작용의 기회가 언어 발달에 유의미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최소 6개월이 된 아기들도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어휘를 학습합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6개월 아기들이 말소리와 눈에 보이는 이미지 사이의 연관관계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어요. 그러므로 책을 통해 단어와 그 대상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연습을 빠르면 6개월부터 할 수 있겠지요? 그림책의 그림을 보면서 엄마가 말하는 것이 6개월 아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어휘를 학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어휘를 들려주게 돼요. 다양한 어휘를 들려주면 아기의 어휘장이 풍부해지겠지요. 특히 그냥 책을 읽을 때보다 효과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방식인 ‘라벨링’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라벨링이란 어떤 대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많이 할수록 아기의 어휘 습득에 도움이 됩니다.


아기가 돌 정도 되면 이미 책을 읽는 것은 책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엄마가 말한 문장은 이 책의 그림을 보면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그림에 집중하면서 문장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집중해야 할 선택지가 적고 명확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어휘를 습득하게 됩니다.


참고로 책을 읽어주는 것과 똑같은 책의 내용을 영상이나 세이펜 등 음원을 활용해 보여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기들은 실제 대면해서 상호작용이 동반된 상황에서, 즉 사회적인 상황에서 언어를 잘 습득합니다.


특히 아기들은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이 부모에게는 매번 같은 에피소드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하버드대학교의 한 연구진이 반복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녹화해 분석했더니, 책 읽기 횟수에 따라 부모와 아기의 상호작용의 형태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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